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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칼 한자루만 갈겠다는 중국(3/17)

경제 2021. 3. 17. 13:06 Posted by 꿀사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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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작은 영토의 나라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살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에 바탕을 둔 수출의 힘입니다.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수출은 한국경제의 엔진입니다.

1980년대에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가 드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면

바로 한반도에는 강풍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총수출의 30%를 중국에 하고 있고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중국에서 벌어 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사드사태, 한한령(限韓令),

미중무역전쟁 등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회의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나라 '일본'


그래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중국의 최대정치행사인 양회의가

지난 3월11일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은 '키워드 정치'를 합니다.

비유와 은유를 섞어서 말하는 것이 일상화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의 발표를 보면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로만 보입니다.

2021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서에는

1만6510자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 한 개의 표나 그림도 없습니다.

양회의 마지막날 국무원을 책임지는 총리의

기자와 직접 일문일답을 하는 내외신기자회견이 관심을 끕니다.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기자회견은 장장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됐고

11명의 내외신기자가 다양한 방면의 질문을 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필자가 항상 관이번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일본입니다.

원래 5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일본어를 추가해 6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일본을 중시한다는 얘기겠지요.

질문한 외신기자로는 미국, 스페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5개국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본은 3번째로 질문했고 질문을 한 외신기자중에서 한국기자는 없었습니다.

'군복만 안 입었지 외교관은 전사(战狼外交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투적인 중국외교는 전인대 기자회견도 외교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중국의 올해 외교의 방향을 설명하는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참석 외신기자 49명 중 중국과 싸움 중인 영국에 대해

영국기자는 로이터 1명만 허가했고 BBC는 참석을 불허해

중국의 좁쌀 같은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 외신기자의 질문순서는

러시아→이집트→미국→ 프랑스→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일본 순으로

일본은 7번째로 질문했습니다.

한국기자에게는 질문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이슈에 관해

우리 끼리 친중이네 반중이네 하면서

매일 서로 편갈라 치고 받고 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 양회의 기자회견을 보면

중국은 한국에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아세안-쿼드 전략'의 중심에 있는

일본에 더 많이 집중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칼 한다는 검객, 10년을 두고 칼을 간다면?


지난 9년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와 양회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을 계속 지켜봤지만

필자는 이번 양회의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리커창 총리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슬쩍 흘린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중국의 목을 조르고 있는 분야의 첨단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한 마디였습니다.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란 말은 당나라 시인 가도(贾岛)의 오언고시,

'검객(剑客)'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십년을 두고 한 자루의 칼을 갈아,

서릿발 같은 칼날을 만들어서

아직 시험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대에게 이 칼을 보여준다는 내용입니다.

십년을 두고 칼 한자루를 간다는 말은

원래는 불의를 무찌르기 위해 원대한 계획과 결심을 가졌다는 말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미국은 중국을 무역이 아닌 기술로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5G장비에서 세계1위인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MIC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기술기업들에 대해 미국시장에서 상장폐지 위협과

자금조달과 지수편입금지, 핵심부품인 반도체공급제한

그리고 미국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제품과 기술판매제한 등으로

중국 첨단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에서 사사건건 미국에 대들던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에서 기술과 제품의 공급중단 카드를 꺼내 들자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첨단기술 국산화가 바로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국가의 최대과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장기전에 강합니다.

미국의 '중국의 목을 조이는(卡脖子)' 핵심 첨단기술에 대해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술국산화에 목숨 건다는 얘기를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번 양회의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의 빅픽쳐를 제시하는 14차5개년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2025년까지

반드시 육성할 8개 첨단산업과 2035까지 완성할 6대 첨단 과학기술을 제시했습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대첨단기술은

지금 미국과 경쟁하는 핵심분야가 모두 망라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같은 첨단 신소재산업,

고속철도 같은 중대기술장비 산업,

스마트제조 및 로봇기술,

항공기엔진 및 가스터빈,

위성통신,

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첨단 의료장비와 신약,

첨단 농업기계 장비 등입니다.

향후 15년간 달성할 7대 첨단과학기술은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 과학, 유전자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과 헬스케어, 우주 심해 극지탐사 기술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나라 중국은

계획 잡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루는 나라입니다.

트럼프의 어설펐던 미·중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제대로 각성 시키고

그간 중국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 버린 상황입니다.

중국은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효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번 목표를 세우면 강한 집중력과 통제력

그리고 사회자원을 총동원해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결시켜

목표를 반드시 이룬다는 점을 두렵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중국이 독하게 마음먹고

10년간 칼을 간다면 그 날카로운 칼날의 끝은 미국만 겨누게 될까요?


반도체만 앞서는 한국…중국기업 주식에도 관심 가져야


최근 과기정통부가 미국을 100%로 할 때

국가별 중점과학기술 수준과 기술격차를 비교한 자료를 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수준 변화를 보면

한국은 2018년에 중국에 비해 0.9% 앞선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겨우 0.1%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 시차는 3.3년으로 같은 수준입니다.

11개 중점과학기술 분야를 보면

우주항공, 해양기술,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 지원, ICT/SW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구성을 보면

소비재가 5%, 원자재가 32%, 자본재가 62%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기술 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보다 먼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집중하는 2025년까지의 중요산업은

모두 한국이 집중육성해야 하는 산업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중국의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첨단기술 개발하겠다는 말을 옆집의 허풍으로 들어서는 안됩니다.

중국보다 기술에서 한발 앞서지 못하면

지금 누리는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대중국 특수는 5년내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다칩니다.

제조업에서 이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중국에게

전통제조업으로 계속 경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돌 맞는 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9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 세계시장점유율이

중국보다 큰 것은 반도체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세계평균을 못 따라가는 성장을 하기 시작한 지가

2011년이후 10년이 넘었습니다.

중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신규편입 되면서

한국비중이 계속 줄어들자 성장하는 나라 중국비중을 계속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제조업과 기술력의 부상,

너무 속상해 할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인 메모리반도체도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전해온 산업이지요.

미국과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에 넘겼다고 그리 애통해 하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은 자기네 나라 반도체기업의 뒤통수친 한국의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서 묻어둔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중국에 당했다고 징징거리고 만 있을 건 아니고

미국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기업 뒤통수 친 중국산업에서 최고의 중국기업의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것이

최선의 복수일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젠 손과 기술을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일하게 시켜 중국의 고성장과 신기술개발의 과실을 따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관심있게 보는 것은 통역언어와 질문하는 외신기자의 순서입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의 외교에서 어디에 관심있고

어떤 나라에 많이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경.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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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에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은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민주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조작(election fraud)’을 주장하면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도 않았다.

친트럼프 시위대는 수도 워싱턴의 의회 건물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몇 명이 숨졌다.

미국의 최고 수출품인 민주주의는 모양새를 구겼다.

 

트럼프 본인도 말기에 여러 수모를 당한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은 임기가 10여일 남은 그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폭도들’의 의회 난입 배후라는 것이다.

퇴임 후 그는 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

 

그는 사건 2시간 전 지지자들 앞에서 “의사당으로 가라”고 했다.

‘트위터’ 계정에 “더 열심히 맞서 싸워라”

“힘을 보여줘라”라고 쓰기도 했다.

그가 진절머리 내온 ‘뉴욕타임스’가

그의 트윗을 복원 및 해석한 결론은 ‘선동’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민주주의와 헌법이 무시돼 온 것이 폭력을 촉발했다”라고 했다.

 

‘트위터’는 그의 계정을 영구정지시켰다.

‘페이스북’도 현직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임기 종료 때까지 무기한 차단했다.

“위험이 너무 크다”(마크 저커버그 CEO)라는 이유였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8년 연임을 해왔다.

4년 만에 선거에 져서 물러나는 건 그 자체로 불명예다.

거기에다 트럼프는 자국 미디어와 정치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세계적 망신을 사고 있다.

 

 

‘막말 참회’ 후에도 설화

 

돌이켜보면, 이런 처지가 된 것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는 원고에 없는 즉흥 연설로 공화당 지지자를 매료시켰다.

그의 말에는 상대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솔직함과 소탈함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예측을 뒤엎고 당선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선을 넘는 발언도 자주 나왔다.

 

“오바마가 IS(이슬람국가)를 창설했다. 사기꾼 힐러리를 공동창설자로 부르겠다.”

 

“힐러리는 뇌에 합선을 일으켰다.”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내 진정한 매력은 내가 엄청난 부자라는 점이다.”

 

2016년 8월 18일 트럼프는 그간 내뱉은 막말에 대해

“후회한다”라며 처음으로 사과했다.

“특히 개인적인 아픔을 주는 발언들에 대해선 그런 마음이 더하다”라고 참회했다.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설화는 이어졌다.

‘개인적인 아픔을 주는 발언’도 계속됐다.

2020년 대선 땐 조 바이든 후보를 ‘졸린 조’ ‘지하실 바이든’ ‘조진핑’이라 호칭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 지하 공간에서 선거대책회의를 하는 점,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점을 그냥 두지 않은 것이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20년

 

1월 미국 내 누구도 트럼프의 재선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때까지 미국 경제는 호황이었고 그는 높은 국정수행 지지도를 누렸다.

78세의 바이든이 역동적인 트럼프를 꺾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불과 두어 달 만에 ‘넷플릭스’에서 상영되는 정치드라마 이야기처럼

상황이 극적으로 역전됐다.

내가 보기에, 이는 트럼프의 입이 자초한 일이었다.

그를 낙선으로 돌려세우는 ‘터닝포인트’를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2020년 4월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서

트럼프가 발언하는 장면을 선택할 것이다.

 

“마스크 대신 두꺼운 스카프를”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새로운 권고가 나올 것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

만약 사람들이 스카프를 쓰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다.

스카프가 더 낫다.

그게 더 두껍다.

마스크를 쓰지 말고 대신 스카프를 사용하라고 추천한다.”

 

‘스카프가 더 낫다.

그게 더 두껍다.’

이것은 트럼프식 유머일까?

미국인 수십만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렸다.

유사한 비과학적인 신념이 트럼프의 입에서 이후에도 계속 흘러나왔다.

 

트럼프는 마초 성향의 상당수 백인 남성이 그러하듯,

마스크 착용을 유난히 싫어했다.

이런 모습도 쟁점이 됐다.

대통령은 점점 희화화됐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흑인이 사망한 플로이드 사건 때도

트럼프는 ‘군 동원’ 같은 자극적인 말을 했다.

하지 않아도 될 이 말로 시위는 전국으로 번졌다.

대중은 트럼프를 불신하게 됐다.

 

많은 나라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국가원수의 지지율이 올랐다.

사실 트럼프는 코로나19라는 난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었고

아주 유능하게 대처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다른 나라 정상들처럼 ‘상식적이고 평범한 말’을 국민에게 전하기만 하면 됐다.

행정관료가 올려주는 매뉴얼에 따르면 충분했다.

국가적 위기상황이 오면 국민은 대통령의 ‘안정감 있는 말’에서 위안을 찾고

희망을 지니는 법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개인기와 애드리브에 너무 의존했다.

 

결국 트럼프는 거침없는 말투로 대통령이 됐지만

이것으로 인해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트럼프도 지금쯤 자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깨닫고 있을 것이다.

 

 

▲ 2017년 11월 8일 한국을 방문해 국회에서 연설을 한 트럼프 대통령. photo 뉴시스

트럼프, 코스피 호황에 기여

 

트럼프가 눈에 거슬리는 비상식적인 언행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한국에 준 영향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는 ‘네로 황제’가 아니라 ‘악동’에 가깝다.

트럼프 재임 중엔 로마가 불타는 것 같은 일은 없었다.

그의 기묘한 말과 행동은 누구에게도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는 자잘한 결과로만 이어졌다.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건도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엄밀히 보면 그는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가라”고 했지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라”라고 하진 않은 듯하다.

“더 열심히 맞서 싸워라” “힘을 보여줘라”라는 말은

트럼프를 싫어하는 쪽에겐 ‘폭력 선동’으로 들린다.

그러나 명시적 선동이라기보다는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은유적 표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싸워라” “힘내라” 같은 말을 흔히 쓴다.

 

의사당 난입으로 추락한 미국 주가는 다음 날 바로 반등했다.

그러나 탄핵소추는 국정 난맥과 대형 기술주 규제의 신호탄으로 읽히면서

주가에 길고 강한 악재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곧 나가는 대통령을 탄핵소추 하겠다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조금 진정하면서 균형감각을 찾는 것이 어떨까 한다.

 

언론에서 거의 다루진 않지만,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는 한국에 특히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결과물’을 놓고 보면 그렇다.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라고 한 으름장은

그의 책 제목대로 ‘협상의 기술’이었다.

트럼프는 하노이, 싱가포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에 대한 호칭은 ‘꼬마 로켓맨’에서 ‘내 친구’로 부드러워졌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후 몇 년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아 온 점’을

치적으로 내세운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런데도 대북제재는 더 촘촘해졌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다.

 

경제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는 ‘거시적으로 보면 반도체·정보통신 산업의 사이클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고

이젠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라고 분석한다.

트럼프는 이런 흐름을 힘으로 틀어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정부는 삼성전자 7나노 공정의 잠재적 경쟁자이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출제한조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산업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라는 초강력 제재였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도 트럼프의 표적이 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는 중국 소셜미디어인 위챗과 틱톡의 모회사인 톈센트와 바이트댄스의

미국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 3대 통신회사들도 뉴욕 증시 퇴출이 결정됐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은 “미국, 화웨이 이어 SMCI 제재 칼날… 삼성 파운드리엔 긍정 회로”라고

표현한다.

동아시아에선 중국 제조업이 흥하면 한국 제조업은 위기를 맞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진다. 이 구도에서 트럼프의 중국 정밀타격은 한국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커다란 잠재적 위협 요소가 어느 정도 제거되면서

한국 대표기업들의 실적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것이 최근 한국 주식시장 활황의 숨은 동력이 됐다는 이야기다.

 

 

“함께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트럼프는 대외 관계에서 주류적 가치에 부합하는 점진적 어법보다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급진적이고 충동적인 어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거리낌없이 부른다.

중국 측 과실로 중국 우한에서 발원해 전 세계 인류에 큰 피해를 주고 있으니

우한 바이러스가 맞는다는 논리다.

 

트럼프의 접근법은 사회 주류의 ‘엘리트 담화’와 격렬하게 충돌했다.

트럼프가 뉴욕타임스, CNN, 민주당을 싫어하는 만큼

이들도 그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그러나 책 ‘정치수사학’에 따르면,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의 전략은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전통적 외교수단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틀)’로

평가된다.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낙선자’다.

지지자들은 기성 정치가의 ‘뱀장어처럼 기름진 말투’보다는

그의 ‘자기감정에 충실한 직설적 말투’를 더 좋아한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8일 방한 당시 국회 연설에서 많은 의원과

한국 국민에게 다른 면모를 보여 줬다.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국의 모습에 대한 경외감”으로 시작한 그의 연설은

“함께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과 안전한 한반도”라는

너무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비전으로 마무리됐다.

출처 : 허만섭 국민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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