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칼 한자루만 갈겠다는 중국(3/17)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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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토의 나라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살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에 바탕을 둔 수출의 힘입니다.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수출은 한국경제의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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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가 드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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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면

바로 한반도에는 강풍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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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총수출의 30%를 중국에 하고 있고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중국에서 벌어 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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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이미 사드사태, 한한령(限韓令),

미중무역전쟁 등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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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의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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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중국의 최대정치행사인 양회의가

지난 3월11일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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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문자의 나라 중국은 '키워드 정치'를 합니다.

비유와 은유를 섞어서 말하는 것이 일상화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의 발표를 보면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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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서에는

1만6510자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 한 개의 표나 그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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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의 마지막날 국무원을 책임지는 총리의

기자와 직접 일문일답을 하는 내외신기자회견이 관심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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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총리의 내외신기자회견은 장장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됐고

11명의 내외신기자가 다양한 방면의 질문을 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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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필자가 항상 관이번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일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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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5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일본어를 추가해 6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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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중국이 일본을 중시한다는 얘기겠지요.

질문한 외신기자로는 미국, 스페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5개국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본은 3번째로 질문했고 질문을 한 외신기자중에서 한국기자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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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만 안 입었지 외교관은 전사(战狼外交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투적인 중국외교는 전인대 기자회견도 외교적으로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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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올해 외교의 방향을 설명하는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참석 외신기자 49명 중 중국과 싸움 중인 영국에 대해

영국기자는 로이터 1명만 허가했고 BBC는 참석을 불허해

중국의 좁쌀 같은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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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 외신기자의 질문순서는

러시아→이집트→미국→ 프랑스→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일본 순으로

일본은 7번째로 질문했습니다.

한국기자에게는 질문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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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슈에 관해

우리 끼리 친중이네 반중이네 하면서

매일 서로 편갈라 치고 받고 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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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양회의 기자회견을 보면

중국은 한국에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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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아세안-쿼드 전략'의 중심에 있는

일본에 더 많이 집중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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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칼 한다는 검객, 10년을 두고 칼을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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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와 양회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을 계속 지켜봤지만

필자는 이번 양회의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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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리커창 총리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슬쩍 흘린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중국의 목을 조르고 있는 분야의 첨단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한 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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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란 말은 당나라 시인 가도(贾岛)의 오언고시,

'검객(剑客)'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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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두고 한 자루의 칼을 갈아,

서릿발 같은 칼날을 만들어서

아직 시험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대에게 이 칼을 보여준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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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두고 칼 한자루를 간다는 말은

원래는 불의를 무찌르기 위해 원대한 계획과 결심을 가졌다는 말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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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무역전쟁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미국은 중국을 무역이 아닌 기술로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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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장비에서 세계1위인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MIC를 비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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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첨단기술기업들에 대해 미국시장에서 상장폐지 위협과

자금조달과 지수편입금지, 핵심부품인 반도체공급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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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국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제품과 기술판매제한 등으로

중국 첨단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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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서 사사건건 미국에 대들던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에서 기술과 제품의 공급중단 카드를 꺼내 들자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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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국산화가 바로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국가의 최대과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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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기전에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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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의 목을 조이는(卡脖子)' 핵심 첨단기술에 대해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술국산화에 목숨 건다는 얘기를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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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 양회의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의 빅픽쳐를 제시하는 14차5개년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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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향후 5년간 2025년까지

반드시 육성할 8개 첨단산업과 2035까지 완성할 6대 첨단 과학기술을 제시했습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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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첨단기술은

지금 미국과 경쟁하는 핵심분야가 모두 망라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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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같은 첨단 신소재산업,

고속철도 같은 중대기술장비 산업,

스마트제조 및 로봇기술,

항공기엔진 및 가스터빈,

위성통신,

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첨단 의료장비와 신약,

첨단 농업기계 장비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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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5년간 달성할 7대 첨단과학기술은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 과학, 유전자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과 헬스케어, 우주 심해 극지탐사 기술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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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나라 중국은

계획 잡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루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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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어설펐던 미·중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제대로 각성 시키고

그간 중국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 버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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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효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번 목표를 세우면 강한 집중력과 통제력

그리고 사회자원을 총동원해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결시켜

목표를 반드시 이룬다는 점을 두렵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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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중국이 독하게 마음먹고

10년간 칼을 간다면 그 날카로운 칼날의 끝은 미국만 겨누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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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앞서는 한국…중국기업 주식에도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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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기정통부가 미국을 100%로 할 때

국가별 중점과학기술 수준과 기술격차를 비교한 자료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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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의 기술수준 변화를 보면

한국은 2018년에 중국에 비해 0.9% 앞선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겨우 0.1%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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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술 시차는 3.3년으로 같은 수준입니다.

11개 중점과학기술 분야를 보면

우주항공, 해양기술,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 지원, ICT/SW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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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구성을 보면

소비재가 5%, 원자재가 32%, 자본재가 6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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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중국의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기술 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보다 먼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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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집중하는 2025년까지의 중요산업은

모두 한국이 집중육성해야 하는 산업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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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의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첨단기술 개발하겠다는 말을 옆집의 허풍으로 들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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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기술에서 한발 앞서지 못하면

지금 누리는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대중국 특수는 5년내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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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다칩니다.

제조업에서 이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중국에게

전통제조업으로 계속 경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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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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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놈 옆에 있다가 돌 맞는 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9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 세계시장점유율이

중국보다 큰 것은 반도체 하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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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한국이 세계평균을 못 따라가는 성장을 하기 시작한 지가

2011년이후 10년이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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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신규편입 되면서

한국비중이 계속 줄어들자 성장하는 나라 중국비중을 계속 높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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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제조업과 기술력의 부상,

너무 속상해 할 일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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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 최고인 메모리반도체도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전해온 산업이지요.

미국과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에 넘겼다고 그리 애통해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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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은 자기네 나라 반도체기업의 뒤통수친 한국의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서 묻어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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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서 중국에 당했다고 징징거리고 만 있을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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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기업 뒤통수 친 중국산업에서 최고의 중국기업의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것이

최선의 복수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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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젠 손과 기술을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일하게 시켜 중국의 고성장과 신기술개발의 과실을 따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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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게 보는 것은 통역언어와 질문하는 외신기자의 순서입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의 외교에서 어디에 관심있고

어떤 나라에 많이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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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경.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