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128조원 역대 최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급변`
엔비디아 자율車 반도체 석권
애플은 자체칩 아이폰에 장착
마이크론 176단 낸드 첫 양산
사법리스크 발목잡힌 삼성전자
2016년 후 메가딜 한건도 없어
올 들어 이달까지 전 세계 반도체시장 인수·합병(M&A) 규모가 역대 최대인 1150억달러(약 128조5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산업 성장 속 첨단 반도체가 산업의 `쌀`을 넘어 `공기`로 통할 정도로 중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 자체 통합 생태계 강화는 물론 한국의 텃밭이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약진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한국 반도체의 대표 삼성전자는 메가딜은 물론 신규 투자도 머뭇거리고 있어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15일 집계한 결과, 세계 반도체 M&A는 이달 초 기준 11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미 연간 기준 최대이던 2015년의 1077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올 7월 아날로그디바이스(ADI)가 자동차·서버용 반도체 기업 맥심 인티그레이티드를 210억달러에 인수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어 엔비디아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강자인 영국 ARM을 400억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M&A 역사상 최대 금액이다. 지난달은 대형 딜이 3건이나 쏟아졌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했고, AMD는 FPGA 세계 1위 자일링스를 사들인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FPGA는 반도체 칩에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으로 맞춤형 추가 설계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올 들어 쏟아진 메가딜에 더해 주요 반도체·정보기술(IT) 기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애플은 인텔에 의존하던 PC·노트북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자체 개발한 칩 `M1`으로 두뇌를 갈아 끼운 새 맥북 시리즈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에 이어 맥북까지 핵심 반도체 부품을 내재화해 애플 생태계의 통합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메가딜을 지렛대 삼아 AI·5G·데이터 반도체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역량을 기반으로 시각 정보의 인지, 디지털 신호화에 강점을 가진 엔비디아가 CPU 설계 1인자 ARM을 흡수한 게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자율차용 AI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런 M&A 잔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2016년 9조4000억원에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을 인수하는 등 2010년대 활발한 M&A를 전개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함께 뚝 끊겼다.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싸고 사법리스크가 연이어 쏟아진 탓이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와중에 파운드리(수탁생산)와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 위협은 거세지고 있다. 대만 TSMC는 최근 35억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부문을 인수해 낸드 시장 5위에서 2위로 점프했고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176단 적층 낸드 세계 최초 양산을 선언하며 삼성을 긴장시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76단 낸드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친 건 분명하다"며 "기술 격차가 좁혀들면서 압도적 시장 지위 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출처: 20/11/16(월).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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