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든 위기론…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와 더 격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며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위기론’을 제기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5G(5세대 통신)·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인 시스템 반도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1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을 비롯한
첨단 제품 양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에 이른다.
불과 2년 전 48.1%였던 것을 감안하면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
반면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2019년 19.1%에서 올 1분기 18%로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닛케이는 두 회사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로 첨단 공정 기술력과 핵심 장비를 꼽았다.
삼성전자가 최첨단 기술인 5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공정의
수율(收率·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개선에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고,
그사이 TSMC가 5나노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미국 애플·AMD 같은 대형 고객사를 싹쓸이했다는 것이다.
또 5나노 공정에 필수적인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장비도 입도선매해
삼성전자보다 앞서 공정 기술을 축적했다고 니케이는 분석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시장은 조금이라도 앞선 기술을 가진 업체가
시장 점유율과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라며
“TSMC를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와 연구·생산 방식의 전면 재검토 같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기술·장비·투자’ 삼중고… 스마트폰 경쟁력까지 경고음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에서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나 줄었다.
영업이익 감소의 1차적인 요인은 미국 텍사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라인이
한파에 따른 정전으로 한 달 넘게 멈췄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파에 따른 손실은 공장 재가동으로 복구할 수 있지만,
성 파운드리의 문제는 공장 가동 중단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시장 1위 TSMC와의 기술력 격차,
첨단 장비 부족, 시설 투자, 글로벌 정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술력 격차·장비 수급 모두 문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TSMC를 언제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TSMC에 비해 시장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 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첨단 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자신감과 달리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첨단 반도체를 대량으로 주문하는 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퀄컴 같은 대형 고객은 제때에 제대로 된 신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제품을 주문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확보 위해 네덜란드 날아갔던 이재용 - 지난해 10월 이재용(맨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본사를 찾아 EUV(극자외선) 노광기를 살펴보고 있다. 극자외선을 이용해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이 장비는 전 세계에서 오직 ASML만 만드는 장비다. 이 EUV 노광기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후발 주자가 기술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1위 TSMC가 초격차 유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TSMC는 올 초 280억달러(약 31조45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에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2조4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9년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1위가 되겠다”고 밝혔는데,
TSMC는 불과 4년간 이를 뛰어넘는 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삼성은 올해 40조원 이상의 반도체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중 메모리 반도체 투자가 포함돼 있어 파운드리 분야만 비교하면
TSMC와 격차가 크다”고 했다.
최첨단 공정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원인으로는
장비 수급 실패가 꼽힌다.
닛케이는 “TSMC가 네덜란드 ASML의 첨단 장비를 대량 확보하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에 가서 직접 협상을 벌였다”면서
“구매 대수를 어느 정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비를 선점한 TSMC에 비해 장비 확보가 늦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파운드리 사업 부진이 삼성전자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에서 만든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 부품을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한다.
닛케이는 “삼성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애플은
아이폰 AP 생산을 TSMC에 위탁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 차이가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의 제품력 격차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점유율
정치적인 문제도 삼성전자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선언했고,
중국의 테크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라인 증설이 삼성의 앞날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TSMC가 일본, 미국과 함께 이미 강력한 반중 연합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만과 일본이 미국의 반중 연합에 앞장서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양다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장비 수출을 금지할 경우,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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