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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9.29 이란의 도박 '화폐개혁'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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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경이코노미.19/9/25. 경제칼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직면한 이란 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지난 8월 3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화폐의 공식 환율은 4만2000리알이다. 2018년 1월 초반 3만6000리알이던 공식 환율이 계속 상승하자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4만2000리알 정도로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 환율은 필수품목 수입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데 불과하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환율은 15만리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생활필수품 가격 폭등 인플레이션에 따른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핵개발을 포함해 군사물자로 사용될 수 있는 주요 품목을 미국이 봉쇄한 상태고, 미국의 금융제재로 일반적인 국제거래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제재에 저항하며 국민 삶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이란은 최근 화폐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50%에 육박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란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화폐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더구나 공식 환율과 실제 통화가치의 차이도 지나치게 큰 상황이어서, 수출 등으로 달러를 획득할 수 있는 기업이나 사업가들은 달러를 확보하더라도 이란 화폐로 환전할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반영하며 가치가 폭락한 이란 화폐에서 ‘영(零)’을 떼어냄으로써 좀 더 의미 있는 통화 단위를 만들어 사태를 개선해보겠다는 취지다. 물론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신규 화폐로의 교환 과정을 통해 민간이 현금 형태로 보유한 재산도 함께 파악·관리함으로써 민간이 보유한 부의 일부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의회에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통화 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형태 화폐개혁으로 현재의 이란 화폐인 리알에서 ‘영’ 네 개를 떼어낸 후, 이름도 ‘토만’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간단한 거래에도 너무 많은 양의 지폐가 필요한 현실적인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다. 동시에 경제제재에 직면했지만 대외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이란의 국가 위상을 높이며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화폐개혁안이 이란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 최근 한국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와 비슷하게 비용은 확실하지만 편익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미 2016년에도 이란에서 화폐개혁이 추진됐다가 오히려 경제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중지한 경험이 있다.

사실 미국의 경제제재에 직면한 이란의 경제 사정은 당시보다 훨씬 불안한 상태다. 화폐개혁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요소 또한 그때보다 더욱 크다.

아무리 많은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 풍부한 식량생산이 가능한 경제라 하더라도 다른 국가와 무역·경제협력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 심지어 에너지와 식량마저도 자체 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이란 사태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세계 경제질서 내에서 움직이며 국제무역을 재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결국 경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근본적인 경제의 개방성과 사적 재산권 보호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갖추지 못한 화폐개혁은 어떤 경제에서든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위험한 도박’에 불과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화폐개혁 얘기가 한국은행과 언론에서 전해지면서 국민들을 긴장시켰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언제 또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른다.

우리의 화폐는 경제력에 비해 단위가 너무 커서 교환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1000원을 1원으로 하는 리디노메이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국민 절반 이상이 1000원을 1원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원화 리디노미네이션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 = 리얼미터 제공) 2019.05.20.photo@newsis.com

우리나라는 1962년 박정희 정부에서 화폐개혁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 그때는 장롱에 숨겨져 있는 자금을 끌어내 산업자본으로 쓰겠다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세상이 나온 자금이 많지 않아 실패한 개혁이라는 얘기도 있다.

화폐개혁을 하게 되면 현재 10000원이 10원이 되는 현상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마르크화 화폐개혁이 있었다.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리어카에 화폐를 가득 싣고 가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마르크화가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얼마 전엔 베네수엘라에서 화폐로 바구니를 만들어 파는 모습을 보았다. 돈의 가치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 화폐개혁을 통해서 기능을 복원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하락으로 화폐로 가방을 만들어 파는 것이 이익이다

2018년 10만 볼리비아를 발행했는데 미국 달러로 50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10만 볼리바르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둘러싸고 얼마 전 트럼프가 대이란 전쟁 개시에 서명했다가 한 시간 전쯤에 중지한 보도를 보았다. 또 며칠 전엔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사우디 유전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유조선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에선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

상반기에는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호르무즈해협: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

이런 어수선한 현실에서 화폐개혁을 단행한다면 어려운 경제에 더 큰 혼란을 자초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극복 방향의 개혁이라고 하는데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다만 우리도 어느 날 갑자기 화폐개혁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니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하겠다. 그때는 현금보다는 실물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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