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55~59세 정도에 퇴직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다. 그런데 기초연금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은 대부분 65세부터 받는다. 은퇴 후부터 공적연금 개시 이전까지의 시기를 연금 보릿고개라 부른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60세까지 국민연금을 계속 납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납부예외, 추가납부, 선납제도 등을 잘 활용하면 현명하게 연금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
58세에 정년퇴직했는데 60세까지 국민연금 계속 내야 하나요?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퇴직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계속 내야 하는지 여부다. 원칙상 국민연금은 18세부터 60세까지가 의무 가입대상이다. 퇴직하더라도 60세 미만이면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것일 뿐이다.
회사가 소득을 신고해주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자신의 소득을 직접 신고해서 그 소득에 맞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게 된다.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자기 소득의 9%를 낸다.
직장 가입자는 회사가 4.5%, 본인이 4.5%씩 반반을 부담하지만 지역가입자는 9% 전부 본인이 부담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고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이 이전과 동일한 소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 보험료가 2배가 되는 것이다.
은퇴 이후 집에서 쉬고 있어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국민연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배우자가 현재 국민연금을 납입하고 있거나 수령하고 있는 경우라면 적용제외자가 된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에서 아예 빠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업주부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납부예외 제도도 있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소득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보험료를 내지 않겠다고 신고하는 것이다. 향후에 소득이 생기면 국민연금을 다시 내겠다고 납부재개 신청을 해야 한다.
다만 연금 납부를 하지 않은 경우엔 노령연금을 탈 때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은 납입금보다 납입기간이 연금액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납부하는 것이 노후 대비에 더 좋다. 납부예외 기간동안 내지 않은 연금보험료는 추후납부 제도를 통해 향후에 채워넣을 수 있다.
소득 높을 때 몰아내면 공제 혜택 커...
여유가 있을 때 국민연금을 더 내고 노후를 탄탄히 대비하고 싶다는 은퇴자라면 국민연금 선납제도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국민연금 선납제도는 말 그대로 앞으로 내야 할 국민연금을 미리 내는 것이다. 원래는 소득이 들쭉날쭉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1년치까지 선납이 가능한데 50세가 넘으면 최대 5년치까지 선납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와 임의가입자만 신청할 수 있다.
매달 나가는 국민연금조차도 아까워 하는 경우가 많아 선납제도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선납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할인 혜택이다. 어차피 낼 보험료라면 할인 혜택을 받아 더 적게 내고 동일한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감액되는 연금 보험료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에 선납하는 개월수를 합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1%이고, 한달에 2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내는 경우를 보자. 원래는 매달 20만원씩 5년간 총 120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내야 한다. 5년치를 선납하면 1170만원 정도를 낸다. 한달 반 정도의 연금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소득공제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사적 연금인 연금저축은 최대 4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것과 달리 국민연금은 한도 없이 전액 소득공제를 받는다. 이점을 이용해 소득공제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소득이 많은 시기에 국민연금을 몰아서 내면 소득공제 혜택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단순하게 55세부터 59세까지 연 소득이 50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매년 1000만원씩 감소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매년 줄어든 소득에 따라 국민연금을 내면 5년간 1350만원 내서 연말정산으로 235만원을 돌려 받는다. 반면 연 소득 5000만원일 때 5년치를 선납하면 국민연금 납입액은 2250만원으로 이전보다 66.7% 증가하는데 환급액은 540만원으로 130%나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을 900만원 더 냈는데 이 중 300만원을 돌려받은 셈이다. 또 국민연금을 900만원 더 냈기 때문에 65세 이후 노령연금도 이전보다 더 받게 된다.
0. 국민연금 담주 부터 국내 주식 더 담을 수 있다는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대형주 탄력 받을까 운용위, 보유비중 목표치 조정 증시 호재 작용 기대감 |
올 초부터 순매도를 이어온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목표치를 조정하면서 내주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이번 조치가 국내 주식의 추가 매입이나 즉각적인 매도중단을 의미 하는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주식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 만큼 증시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로 인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율을 현행 기준보다 높이기로 결정했다. 전략적 자산 배분(SAA)을 고려한 국내 주식 비중 허용 범위가 목표치(16.8%)의 ±2%인데 ±3%으로 1%포인트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주가가 올라 국내 주식 비중이 18.8%를 벗어나면 매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19.8%까지는 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운용 규모가 855조원(올해 1월 기준)인 점을 감안할 때 170조원 정도가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최대치로 추정된다.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7조원 정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당장 국민연금의 순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국민연금의 기록적인 매도세는 진정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3000돌파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올 1월말 기준 21.2%에 달했고 목표치인 16.8%를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무섭게 팔아 치웠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1월 4일~4월 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서 17조2164억원을 순매도했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6조7012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이기간 동안 지수를 주도하는 대형종목들의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의 매도세가 집중된 지난 3월 한달 동안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1, 2위 종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매도규모가 각각 1조3302억원, 422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2561억원),LG화학(2393억원), SK이노베이션(2217억원), 삼성SDI(1931억원), 엔씨소프트(1856억원), 현대차(183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이같은 국민연금의 순매도 행진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행동이라는 개인 투자가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나서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0. 액면분할 후광? 거품?...15일 카카오 주가 어디로
국내 주식 시가총액 7위(4월 8일 기준) 기업 카카오가 주식 액면분할에 나서며 주가 향방을 놓고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2일 주식 액면분할을 위한 매매정지가 예정된 가운데 카카오의 액면분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액면분할이란 주식회사가 자본금 증자 없이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떨어트려 총주식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만원짜리 주식을 10만원짜리 주식으로 분할해 주식 수를 10배 늘리는 식이죠.
액면분할은 증자를 통해 주식 수를 늘리기는 부담스럽고 1주당 가격이 너무 비싸 거래가 어려운 상황일 때 선택하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밀레니엄 시대를 연 2000년 SK텔레콤 주가가 500만원에 달하자 액면분할로 주가를 떨어트리고 주식 수를 늘렸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 역시 2018년 5월 1주당 250만원에서 5만원으로 50대1 액면분할을 해 많은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죠.
카카오는 오는 15일 주식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5대1 액면분할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12~14일 매매가 일시정지됩니다. 카카오는 최근 투자사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소식 등 호재로 주가가 급등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액면분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증자나 감자 없이 카카오식으로 액면분할을 한 기업은 10곳입니다. 이들 10개 기업은 분할 후 주가가 3개월 평균 약 1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상승한 기업은 4곳, 하락한 상장사는 6곳으로, 오른 기업이 더 많이 올라 이러한 수치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카카오 역시 액면분할의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요. 통상 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 수를 늘리는 것 외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기 때문에 주가 방향에 대해서는 중립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고 1주당 가격 자체가 낮아져 개인투자자 진입이 수월해지는 점이 변수가 됩니다. 통상 액면분할의 목적 역시 유통주식 수 확대에 있는 만큼 이러한 유통량 확대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겠죠.
삼성전자를 살펴보면 2019년 말 56만8313명이던 소액주주가 작년 말 기준 215만3969명으로 279%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소액주주가 늘어났는데 특히 액면분할이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입니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봐도 2017년 말 기준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 수는 14만4283명에 불과했으니 엄청나게 늘어났죠.
국내 1위 포털 기업 네이버 역시 2018년 10월 주식을 5대1 액면분할 했는데요. 소액주주 수가 3만여 명에서 6만여 명으로 2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25일 액면분할을 공시했습니다. 그 이후 카카오 주가는 10% 이상 상승한 상태인데요. 단순히 액면분할 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고무적인 분위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커머스,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신산업 발굴과 사업 확대에 애쓰고 있는 만큼 기업의 미래가치를 잘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단순히 액면분할로 주가가 상승하거나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거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사 펄어비스 역시 지난 3월 30일 액면분할을 결정했는데요. 액면분할로 총 발행주식 수가 1318만9850주에서 6594만9250주로 늘어납니다. 펄어비스 역시 유통주식 수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국내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이은 액면분할 결과, 어떻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시죠.
0. 36.1%" 노원구 아파트 상승률 무섭네…1년 사이 2억 '껑충'
강남 앞지른 강북 아파트값 상승률
서울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 아파트값이 최근 1년 사이 서울에서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당 1291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1.7%(230만원) 올랐다.
전용면적 85.224㎡ 아파트를 적용하면 1년 사이 9억384만원에서 10억9993만원으로 2억원 가깝게(1억9610만원) 오른 셈이다.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노원구로, 상승률이 36.1%에 달했다. 이어 도봉구(36.1%)와 강북구(30.1%) 순으로 나타나 `노도강`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구로구(27.2%), 은평구(27.0%), 중랑구(26.7%), 서대문구(26.5%), 관악구(25.8%)가 뒤를 이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용산구(12.7%)였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13.8%로 뒤를 이었고, 송파구는 20.3% 올라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85.224㎡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노원구는 1년 전 6억1500만원에서 지난달 8억3828만원으로 아파트값이 1년새 2억2328만원 뛰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는 1억9230만원(5억3316만원→7억2547만원), 강북구는 1억6701만원(5억5500만원→7억2201만원) 각각 올랐다.
지난달 85.224㎡ 기준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구는 강남구(19억4890만원)로, 아파트 한 채 값이 20억원에 육박했다.
이어 서초구가 16억9146만원, 송파구가 14억76만원으로 강남 3구가 1∼3위에 올랐다.
0. 4개월 만에 서울아파트 팔자가 사자 앞질러…매수세 진정
부동산원 수급지수 100 아래 |
서울 아파트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매수심리도 4개월여 만에 진정되는 모양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1로, 지난주(101.0)보다 4.9포인트 내려가며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기준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99.8을 기록한 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달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96.2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석 달 만에 시장이 `매수자 많음`에서 `매도자 많음`으로 돌아선 바 있다.
부동산원의 매매수급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오르내리다가 작년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긴 뒤 지난주까지 18주째 100을 웃돌았다. 올해 2월 둘째주 111.9로 작년 7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가 정부의 2·4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2월 셋째주 110.6으로 내리면서 8주째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2·4 대책 발표와 금리 인상 움직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가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은 이번주 매매수급지수가 97.2로, 18주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가며 매수심리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는 서울 전 권역에서 매수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갔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눴을 때 동북권(98.8→95.3)과 서북권(97.8→91.7)은 2주 연속 기준선 아래에 머물면서 지수가 더 내려갔고, 서남권(103.0→95.9), 동남권(102.2→98.9), 도심권(103.4→98.0)은 모두 4개월여 만에 처음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0. 백악관 불려가는 삼성전자…다가온 바이든 '반도체 청구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기업 고위 임원들을 소집한다.
표면적으론 글로벌 반도체 품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기업 목소리 청취가 그 이유다.
이면을 파고들면 자국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12일 백악관 회의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소집한다.
미국에 공장을 둔 반도체 기업과 현지 완성차 대기업이 대상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둔 삼성전자가 참석하고 인텔·글로벌파운드리(GF)·제너럴모터스(GM)도 백악관에 모인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초청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연초부터 전 세계 완성차·정보기술(IT) 업계를 덮친 반도체 품귀 사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주된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완성차 빅3는 물론, 독일과 일본, 한국 현대자동차·기아까지 전 세계 완성차가 반도체가 없어 공장 가동을 멈췄다.
감산도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완성차 생산 차질이 전 세계에서 190만대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반도체 부족이 야기하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매출 손실액이 약 606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도체가 회복 중인 미국 경제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부족은 가전업체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 생활가전 업체 월풀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부족으로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식기세척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인 항저우 로밤 어플라이언스는 신제품 출시를 연기했다. MCU는 자동차나 IT 기기의 특정 기능·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국내 생활가전 업계의 `A` 대기업도 올 초부터 TV·냉장고에서 전자레인지에 이르는 가전 전 제품의 신모델 개발 지연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신제품 샘플을 제작할 때 필요한 디스플레이구동집적회로(DDI) 반도체 공급이 불안정해서다. A사는 샘플용 DDI가 들어올 때마다 시급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수개월씩 개발 일정을 미루는 형편이다.
DDI는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반도체 부품이다.
신형 자동차부터 스마트폰, TV·생활가전, 심지어 밥솥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최신 정보기술(IT)·가전·완성차 전부에 수 개에서 수십 개씩 탑재된다.
A사는 비축한 DDI 물량이 있어 아직 제품 양산까지는 영향을 안 받지만 반도체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국내 공장 가동중단(셧다운)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처럼 전 세계 산업계가 반도체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12일 예정된 백악관 회의는 `현장 목소리 청취`에 우선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이번 회의는 우선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취합하는 자리가 될 듯하다.
미국 정부도 당장 기업들에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백악관 회의 소집이 향후 거세질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
NEC 위원장뿐만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직접 반도체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미 이달 2일 앞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논의됐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 교수)은 "상무부가 아니라 안보보좌관이 불렀다는 것은
반도체 품귀 문제를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한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이라며 "미국이 이번 기회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현지에 적극 유치해 반도체 수급망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아직 미 의회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정책도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계획에 반도체 산업 지원금이 포함됐다. 자국 내 반도체 생산량 확대와 연구개발(R&D)에 500억달러(약 56조원)의 연방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또 반도체 공급망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CNBC가 보도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이 버틸 수 있는지 긴급 점검하는 시험이다.
백악관의 초청장을 받아든 삼성전자는 고민에 휩싸였다. 초청은 받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도 고민이 크다.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최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성장세를 영구히 꺾겠다는 게 미국의 목표다. 미국과 중국에서 줄타기 중인 한국 반도체 업계는 미·중 반도체 패권 갈등의 와중에 불똥이 튈까 염려 중이다.
백악관에서 열릴 글로벌 반도체 수급 회의는 사실상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로선 그렇지 않아도 대규모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투자를 앞두고 막판까지 고민하는 와중에 미국 정부의 증설 압력이 더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2023년 가동 목표로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첨단 파운드리 라인을 오스틴 공장에 추가하는 방안을 두고 오스틴 시정부와 협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공장을 짓는 대가로 20년간 재산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요구했으며, 오스틴 측은 `15년간 재산세 감면` 절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오스틴 공장 추가 투자를 최종 결정하려면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최고위 경영진이 머리를 싸매고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외에 추가로 미국에 공장을 지을 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이달 하순께 진행할 굿이어시 인근 120만평 규모 공장 용지 매각 입찰에 삼성전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경쟁적 미국 투자가 무섭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이자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인 대만 TSMC는 애리조나주에 5나노급 이하 첨단 공장 6개를 짓기 위해 36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200억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 공장 두 곳을 짓고 한동안 접었던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한다고 지난달 23일 선언했다.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사업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1·2공장을 지었다. 2공장은 총 150억달러를 들여 2단계까지 증설투자가 마무리됐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100% 가동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가동 중이다.
작년 말부터는 자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에서 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했다.
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조감도. /제공=SK하이닉스
서동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미국이 부품 공급을 막아 하드웨어 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한국 기업은 그간 미·중 사이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해왔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백악관 회의를 통해 `이제 줄을 똑바로 서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4월 백악관 회의에 누굴 대표로 보낼지도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담판할 대표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현재로선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나 정재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등이 유력한 참석 후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에서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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