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50x250
rss 아이콘 이미지
728x90
반응형

올 들어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던 미국의 대형 기술 기업,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이 지난달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화려하게 부활했다.

4월 한 달간 구글(알파벳) 주가가 14.1% 올랐고

아마존(12%),

페이스북(10.4%) 역시 두 자릿수 상승했다.

애플과 MS(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7.6%, 6.9% 올랐다.

이들이 포함된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지난달 26일 두 달 만에 전고점을 경신했다.

이 결과를 보고 아마도 가장 안도한 쪽은 이른바 ‘서학 개미’들일 것이다.

지난해 세계 증시의 랠리를 이끈 빅테크 주식들은 서학 개미들의 무대였다.

지난 한 해 국내 투자자들의 5대 빅테크 주식 순매수액은

4조원대(36억8596만달러)에 이른다.

이제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빅테크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다.

이미 변화 조짐도 보인다.

연말·연초엔 아크인베스트로 대표되는 중·소형 성장주에 자금이 몰리고,

2~3월 들어선 백신 접종 확대에 따라 투자자들이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끊이지 않는 증시 ‘버블’ 논란과 함께

이 빅테크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고개를 든다.

당장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같은 금융시장의 변화,

전 세계적 증세와 반(反)독점 규제 등 정책 리스크,

여기에 점차 포화해 가는 시장과 경쟁 격화에 따른 산업적 리스크까지

빅테크를 위협하는 이슈는 한둘이 아니다.

빅테크 투자 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도

“다양한 리스크들이 장기적으로 빅테크 실적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디지털 광고 급증에 ‘깜짝 실적’

올해 1분기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MS 등 5대 빅테크 기업은

디지털 광고 수요가 살아나면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우선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54억4000만달러(약 28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광고 건수가 지난해 대비 12% 늘어난 데다, 광고 평균 단가까지 30%나 올랐다.

구글 역시 1분기 광고 매출이 446억8000만달러(약 49조5100억원)로

전년보다 32.3% 늘었다.

특히 유튜브 광고 매출이 49%나 증가했다.

루스 포랏 알파벳 CFO는

“소비자들이 돈을 쓰는 방식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소비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이제는 중소기업들까지 디지털 광고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알파벳 주식은 실적 발표 다음 날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아마존은 두 분기 연속 매출 1000억달러(약 110조8200억원)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내놨다.

여전히 영업이익의 절반이 클라우드(아마존 웹 서비스)에서 나왔지만,

광고 매출이 포함된 기타 매출 부문도 전년보다 77%나 증가했다.

애플은 아이폰 매출이 전년보다 65.5% 늘어난

470억달러(약 52조850억원)를 기록했고,

재택근무와 화상 수업 활성화로 아이패드(78.9%)와 맥(70%)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의 매출이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첫째, 신종 코로나로 광고를 줄였던

여행, 레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광고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투자 회사 번스타인은 “올해가 디지털 광고의 ‘허리케인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도 확대할 전망이다.

IT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기업들의 클라우드 지출이

2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이번 분기의 경이로운 실적은 빅테크의 높은 주가가 거품이 아님을 의미한다”며

“승자 독식 구조를 구축한 빅테크 주가는 여전히 추가 상승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부족, 금리 인상, 증세 폭탄 도사려

그러나 깜짝 실적도 빅테크의 앞길에 놓인 수많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지는 못했다.

먼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의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애플은 “반도체 부족 문제로 2분기에 아이패드와 맥북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루카 마애스트리 애플 CFO는

“이로 인한 2분기 매출 감소 폭이 30억~40억달러(3조4000억~4조50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MS 역시 “반도체 부족 영향으로 게임 콘솔 엑스박스 생산이 위축됐고,

다음 분기에는 서피스 노트북PC의 생산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MS는 이로 인해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도 다음 날 주가가 2.8% 하락했다.

금리 인상과 증세 가능성 역시 빅테크 주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악재다.

4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 과열을 피하기 위해) 금리가 다소 인상되어야 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애플 주가는 3%, 아마존 주가는 2% 이상 급락했고

구글과 MS 주가도 1% 넘게 하락했다.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금융 비용을 높여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시장 확대에 따른 기업의 미래 가치 상승이 중요한 기술 기업의 주가에 직격탄이다.

증세는 법인세와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

자본소득세 등 3가지 이슈로 빅테크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2조3000억달러(약 2590조원)의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했다.

또 기술 특허와 IT 서비스 등으로 해외서 번 수익에 적용하는

‘GILTI(글로벌 무형 자산 소득에 대한 저율 과세)’ 세율도 10.5%에서 21%까지 높이려 한다.

골드만삭스는 “GILTI 인상은 빅테크 이익을 6% 정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법인세 인상까지 그대로 실현되면 10% 내외로 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자본소득세는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 이득이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인 개인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 세율을 종전 20%에서 39.6%로 두 배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현실화되면 세법 시행 전에 대형 투자자들이 빅테크 주식을

대거 시장에 내던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1년간 주가가 가장 급등한 종목이 빅테크주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파괴와 비정규직 양산

빅테크를 기다리는 진짜 큰 산은 따로 있다.

바로 시장 독점과 노동(일자리) 문제다.

미국과 유럽의 사회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온 문제들이

2~3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정치권 주류가 고민하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중산층과 서민의 안정적 일자리를 줄인다”는

사회적 비판에 시달려 왔다.

전통적 제조·서비스 대기업에 비해 빅테크의 고용 규모가 작은 것은 1차적 문제다.

“다른 산업의 자동화를 가속화해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가장 크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앞으로 자동화로 인해 영향을 받을 일자리가

전 세계적으로 12억개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니콜라스 슈미트 EU 고용·사회정책 집행위원은

“테크 기업에 의해 양산된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이들의 신분과 처우에 대한 유럽 차원의 대책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구글은

전 세계에서 13만5000명에 달하는 임시·계약직과 하청업체 파견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는 정직원(10만5000명)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아마존은 지난달 앨라배마주 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투표가 부결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제소된 상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고용과 노조 설립은 빅테크 실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거세지는 반독점 규제 물결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 움직임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이들의 독과점이 더욱 심화했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지난 1년간 (빅테크 등) 거대 지배 기업에 의한

시장 집중도 심화가 2000~2015년 사이에 벌어진 것과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시장 선점으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신생 업체를 인수·합병해 경쟁을 사전 차단해 왔다.

5대 빅테크가 최근 10년간 성사시킨 대형 인수합병(10억달러 이상)은 25건에 달한다.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던 빅테크가

이제는 시장 역동성을 저해하고 혁신을 지체하는 괴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 법무부와 FTC(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미국 의회의 빅테크 청문회 이후

구글과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다.

첫 공판은 2023년 예정으로 아직 2년여가 남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구글과 페이스북은 기업 분할까지 당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소송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 주가는 장중 4% 급락했다.

유럽 의회는 또 2023년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MS가

유럽에서 거두는 수익의 3%를 세금으로 거두는 디지털세 입법을

올해 6월 공개해 처리할 예정이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이 검색과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언론사 뉴스에 대한 사용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 등 규제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 규제가) 빅테크의 성장을 크게 제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며

“경쟁은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지고, 빅테크는 그런 기회를 낚아챌 강자 위치에 있다”고 했다.

출처:조선일보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