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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최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88. /사진제공=퀄컴

[MK위클리반도체] "무엇이 절 잠 못 들게 하냐고요? 요즘은 공급망 위기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그 위기죠."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CNET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털어놨다. 그는 "공급망은 IT 수요 증가에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며 "이런 칩 부족 사태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듯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자동차 반도체, 이젠 모바일 반도체까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통신용 모뎀칩 글로벌 1위인 퀄컴이 반도체 생산을 예정대로 하지 못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완제품 생산에 애를 먹게 됐다.

퀄컴 칩 의존도가 높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리얼미 경영진은 최근 "스마트폰 반도체 재고가 바닥났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리얼미는 스마트폰 전원을 관리하는 전력칩, 통신용 주파수(RF) 칩 재고도 다 떨어졌다고 한다.

앞서 샤오미 레드미 브랜드의 루 웨이빙 총경리(한국의 사장에 해당)는 지난달 '레드미 K40' 발표회에서 "올해 반도체는 그냥 부족한 게 아니다.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의 반도체 납품 기간은 30주까지 길어졌고 제품에 따라 33주까지도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에는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의 탑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갤럭시A, 갤럭시J 등 중저가 스마트폰에는 퀄컴 AP가 대부분이다. 오는 17일 삼성전자가 '삼성 갤럭시 어섬 언팩'을 통해 공개할 갤A52·A72에도 퀄컴 스냅드래건 720G AP와 750G AP 등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칩 하나만 부족해도 특정 모듈 생산을 통째로 중단할 수밖에 없어 업계 우려는 크다. 예를 들면, 회로 기판에 모바일 AP만 장착하는 게 아니라 전력칩도 끼워야 부품을 완성해 스마트폰 조립 공장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개 칩이라도 없으면 기판 모듈을 납품할 수 없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도체 '패닉 바잉'도 현실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IT 부품 디자인 컨설팅 기업 티토마의 케이스 엥겔렌 CEO를 인용해 "흔하게 사용되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범용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 반도체는 개당 2달러였으나 현재는 14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모바일 반도체 공급 대란의 첫 번째 요인은 빗나간 수요 예측이다. 퀄컴과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모바일 AP 공급사들은 지난해 코로나 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당시 IT 기기의 수요 하락을 점치고 계획한 생산 목표치를 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코로나발 디지털 대전환과 억눌린 소비 심리가 폭발하며 IT기기 수요가 폭증했다.

또 아몬 CEO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사이의 풍선 효과도 컸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 스마트폰 기업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하며 화웨이의 점유율이 떨어지자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대체 기업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며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 주문량을 늘린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분석가는 "OVX(오포·비보·샤오미)의 반도체 주문이 여전히 강해 반도체의 더블 부킹(중복 주문) 현상까지 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IT 업계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라인을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애플 블랙홀'에 주목한다. 현재 전 세계 IT 반도체 생산은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에 위탁생산(파운드리) 주문을 하고, 여기서 생산한 제품들이 스마트폰 제조사를 비롯한 글로벌 IT 업계에 공급되는 게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TSMC의 7~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첨단 미세화 공정 라인의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1년에 2억대 넘게 팔리는 아이폰·아이패드를 앞세워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선점한 것이다. 퀄컴과 엔비디아는 TSMC의 일부 라인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했지만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TSMC에서 생산량을 보장받지 못한 AMD가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온다.

퀄컴이 내년에 출시될 신형 스냅드래건 AP의 생산을 삼성전자의 차기 4나노 공정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TSMC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전 세계 대형 고객들의 넘치는 주문에 자사 전략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물량도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자체 5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100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요구한 만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됐다. 엑시노스 1080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라인에 퀄컴·엔비디아와 삼성전자 자체 파운드리 물량을 나눠 배정하다보니 계획한 물량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엑시노스 2100·108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한 최신 모바일AP다. 엑시노스 2100은 갤S21 시리즈에, 엑시노스 1080은 갤A 시리즈와 중국 '비보'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IT 업계는 갤럭시S21의 올해 전 세계 예상 판매량을 2800만~3000만대로 잡고 있으며 이 중 60%가 엑시노스 2100을 장착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라인이 있는 평택 캠퍼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외주화도 추진 중이다. 구형 공정기술로 만들 수 있는 범용 반도체는 외주 생산을 맡기고, 5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를 생산할 파운드리 공장의 대규모 증설까지는 최소 2~3년이 더 걸리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28나노 공정 기반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대만의 UMC에 맡기기로 했다. 양산은 곧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F)에도 외주를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 최대 라이벌인 TSMC의 문도 두드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0. 삼성, 美 20조투자 최후통첩…"전기 수도 비용 감면해달라"

20조원 천문학적 美반도체 공장 투자

텍사스주에 강력한 2차 수정제안 제출

전력·수도 끊겨 초유의 셧다운 사태

"유틸리티 세율완화·비현금성 지원"

수정 제안서에서 추가 감면 요구해

"혜택 없으면 애리조나·뉴욕·한국행"

주·시정부 상대로 사실상 최후통첩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 오스틴법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공장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텍사스주에 수도세 감면 등 추가적인 세금 공제를 요청하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현지 법률대리인을 통해 "세금공제 보상이 없으면 애리조나주, 뉴욕주, 한국으로 신공장 투자 지역을 바꿀 수 있다"고 보다 강력한 문구를 적시해 사실상 20조원 투자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은 텍사스주가 운영하는 세금민원 홈페이지에서 지난 2월 26일 삼성전자가 오스틴시 로펌을 통해 제출한 세금공제 요구 제안서를 확인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 1월 18일 삼성전자가 최초 제출한 제안서를 확인해 <삼성전자 "20조 美반도체 투자···세금 20년간 줄여달라">고 단독보도했고 이를 국내 다른 매체와 외신들이 일제히 추종보도했다.

총 107페이지에 이르는 1차 제안서에는 삼성전자는 한화 2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반도체 신규공장을 오스틴시에 지을 경우 유발되는 경제효과를 상세히 설명하며 향후 20년 간 텍사스주가 총 9억 달러(약 1조원)의 세금 감면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텍사스주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최대 10년 간 부동산 및 재산 증가분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를 면세하는 세제감면책(AVL)을 제공하는데, 삼성전자는 이보다 두 배 더 연장된 감면 보상을 요청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현지 로펌을 통해 최근 제출한 2차 수정 제안서에서 텍사스주와 오스틴시가 적극적인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경우 향후 20조원을 투자할 신공장 부지(붉은 선)를 표기하고 있다. 신규 공장은 현 오스틴 반도체 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주정부와 시정부가 재산세 감면과 더불어 유틸리티 세율 완화, 기타 비현금성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이번 수정 제안서에서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오스틴법인]

그런데 본지가 이번에 새롭게 입수한 2차 제안서에서 삼성전자는 AVL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게 △전력·수도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 감면(rate reductions) △기타 비현금성 지원(non-cash benefits ) 등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텍사스주를 강타한 이상한파로 인해 전력·수도 공급망이 끊기면서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강제 셧다운시키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이 역시 매일경제가 최초 보도한 사안으로, 오스틴 공장은 셧다운 사태 한 달을 맞았지만 아직도 공장 정상화가 안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자칫 오스틴공장에서 평균 분기 매출인 약 1조원의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최초 제안서에서는 명시하지 않았던 유틸리티 세율 완화를 이번 수정 제안서에 넣은 배경에는 이번 셧다운 사태에 대한 삼성의 위기와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오스틴 공장 인근에 위치한 다른 반도체 기업인 NXP는 오는 15일까지 초기 재가동 점검을 마치고 이번주 중반부터 완전 정상가동에 들어간다.

삼성 공장 대비 설비와 인력이 절반 규모밖에 안 되는 NXP조차도 12일(현지시간) 내주 본격 가동 계획을 알리면서 "이번 사태로 우리는 2분기에 1000억원 이상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NXP보다 한층 첨단화한 미세 공정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모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도 4월 초부터 완전한 정상가동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2차 제안서가 사실상 텍사스주와 오스틴시를 상대로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또 있다.

1차 제안에서 삼성전자는 세금감면을 `(오스틴시 투자를 확정할) 결정적 요인`이라고 비교적 점잖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 수정 제안서에서는 "우리의 프로젝트는 아주 경쟁적인 상황으로 애리조나주와 뉴욕주, 그리고 한국 모두에서 강력한(robust) 재산세 감면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텍사스주와 오스틴시가 다른 후보지 지방정부의 이 같은 매력적인 제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제안서 마지막 문장에서 텍사스주가 삼성의 세금감면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번 프로젝트 후보 지역을 변경할 것(locate the project)"이라고 못박았다.

0.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 ....."테슬라·현대차 이기는 전기차 만들겠다"

[신짜오 베트남-132] 전기차 업체로 진화하는 베트남 빈그룹 자회사 빈패스트(Vinfast) 얘기는 몇 번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베트남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빈그룹 소속으로 자동차 업계에 진출한 자회사죠. 이 회사가 최근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테슬라, 현대자동차보다 더 위 단계 전기차 모델을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베트남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대만 배터리 업체 프롤로지움(ProLogium)과 전기차 전고체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 합작사는 프롤로지움의 전고체 배터리 셀 우선 구매권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특허 기술 라이선스도 받아서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 영토 안에 전고체 배터리 팩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최근 전기차에서 화재 사건이 나는 등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꿈의 전지`로 불립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요소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리튬이온 액체 전해질은 온도 변화로 인해 액체가 팽창하거나 외부 충격으로 액체가 새는 현상 등이 발생하면 폭발 및 화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걸 고체로 바꾸면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전해질이 외부 충격으로 손상이 가더라도 형태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도 제격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게 분리막이 필요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게 필요 없습니다. 부품이 줄어든 자리에는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물질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동일 면적 대비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을 넣을 수 있는 셈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수록 차량은 더 많은 전기를 요구합니다. 단순히 달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앉아서 TV를 보고 컴퓨터를 통해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빅데이터 분석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에 빈패스트와 손잡은 프롤로지움은 2013년부터 전고체 기술 상용화를 추진한 기업입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테스트 라인을 갖췄을 정도로 기술에서 앞서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23~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 기업들도 손을 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던 기업은 일본 도요타 였습니다. 이 회사는 2019년 1월 일본 업체 파나소닉과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대만 폭스콘 역시 2024년 출시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BMW와 폭스바겐은 각각 솔리드파워, 퀀텀스케이프와 손잡고 배터리를 개발 중입니다. 2025년께 이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중국 업체 니오 역시 이번에 빈패스트가 손을 잡은 프롤로지움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 중이고, 2030년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전 세계 움직임을 대략 살펴봐도 빈패스트와 합작법인을 만드는 프롤로지움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은 상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굳이 전고체 배터리 얘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빈패스트가 보이는 최근 행보는 놀랍습니다. 지난 1월 2~3레벨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 모델 3개 VF31·VF32·VF33을 공개하기도 했지요. 올해 말까지 베트남 전역에 전기 오토바이·자동차 충전소 2000곳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물론 현시점에서 빈패스트의 경쟁력은 테슬라나 현대차에 비해 일천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자동차 생태계를 잘 봐야 합니다.

과거에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중요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이었다면 이제는 그게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는 이제 차가 아니라 전자제품입니다. 과거 피처폰 시대 절대 강자였던 모토롤라, 노키아가 시대가 바뀌면서 무너질 것이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싸구려 제품이나 만드는 중국이 첨단 제품이던 스마트폰 시장 강자를 여럿(샤오미·오포·화웨이 등) 키워낼 거라고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가 될 것이란 예상도 할 수 없었지요. 시대가 바뀌면 기회가 생기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베트남이 국가적 차원에서 빈패스트를 `몰빵`식으로 지원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자동차 시장은 이제 전기차라는 새 상품을 맞아 자동차에 대한 정의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피처폰이라면 전기차는 스마트폰 입니다. 시대 흐름만 잘 읽으면 언더독의 한계를 이겨내고 시장 지배적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걸 못 읽은 모토롤라와 노키아는 망했고, 샤오미와 오포 삼성전자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몇 년 뒤 세계 주요 전기차 플레이어 중에 빈패스트가 없으리란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 발 빠르게 전고체 배터리 강자인 대만 프롤로지움과 손을 잡고 베트남 영토 안에 배터리 생산 업체를 세우는 내용의 MOU를 맺은 것은 의미 있는 행보입니다.

이제 한국은 베트남을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기지, 한류를 팔아먹을 수 있는 잠재 소비 시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더 나아가서 베트남의 차세대 기술 기업과 제휴를 통해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는지까지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다행히 SK그룹 같은 곳이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며 빈그룹과 다양한 협력구도를 만들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SK그룹 베트남지사 법인차량은 이미 오래전 빈패스트로 교체했습니다.

베트남이 남모르게 칼을 갈며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파이를 차지하려고 기를 쓰고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한국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0. 삼성전자·TSMC 올 투자 62조 역대최대…日, 왜 초조할까

올해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규모는 약 1120억 달러(약128조원)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 반도체 품귀현상과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건설과 반도체 제조장치 설비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Omdia)`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1120억달러(약 128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스마트폰용 반도체가 최소 올 하반기는 돼야 수급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가운데, 전례 없는 반도체 설비 투자 붐이 올 것이라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삼성전자·TSMC 등 128조원의 투자 붐을 주도할 주요 업체의 현황과 전망 등을 분석했다.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 이끄는 `쌍두마차` TSMC·삼성전자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가 사상 최대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목적이 단순히 반도체 품귀 문제 해소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시장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발매된 애플 `아이폰12`와 `맥북`에 사용된 것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양산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애플 제품을 양산하며 갖게 된 첨단 생산능력을 한층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대표 업체가 대만의 TSMC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역대급 규모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예상되는 데는 일단 TSMC 역할이 크다. TSMC는 지난 1월 결산 설명회를 열고 올해 반도체 설비에 28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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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경쟁사인 삼성전자로서는 이러한 TSMC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설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3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TSMC의 공격적 투자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난해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에 의한 반도체 설비 투자만 550억달러(약 62조원)를 훌쩍 넘어 전 세계 투자규모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 투자 80% 첨단 공정에…애플 이외 판로 확대도 모색


두 회사에 이어 매년 90억달러(약 10조원) 이상 설비 투자를 지속해온 미국 인텔, 그리고 한국 SK하이닉스가 뒤를 잇는다. 여기에 일본 기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 등 중국 회사의 투자를 합산해보면 전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이 어떻게 구성될지 가늠할 수 있다.

TSMC는 280억달러의 전체 투자액 중 약 80%를 3㎚(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5㎚, 7㎚의 최첨단 공정에 할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가 2019년 이후 설비 투자액 대부분을 첨단 공정에 쏟아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장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등 40~28㎚의 공정 라인을 증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즉, TSMC는 애플 제품 양산으로 쌓은 세계 최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더 고도화하고, 애플 이외 우량 고객에게로 판로 확대를 위해 역대급 설비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반도체 회로 선폭의 미세화는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한다. 반도체 첨단 기술 개발 투자 경쟁에서 밀려난 업체들은 이미 속속 도태되고, 현재 10㎚ 이하 미세화 경쟁에서 남아 있는 회사는 TSMC, 삼성, 인텔 `빅3`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5㎚ 기술을 이끌고 있는 건 TSMC인데, 지난해 양산에 성공한 5㎚ 반도체는 아이폰12에 탑재된 AP(Application Process)인 `A14 Bionic`에 쓰이고 있다.


TSMC-애플의 밀월과 투자 촉진하는 ASML의 존재


애플과 밀월관계를 통해 제조 기술을 닦아온 TSMC는 현재 5㎚ 제품도 아이폰 12 양산을 통해 수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내년 양산 계획인 3㎚ 제품 역시 신형 아이폰에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진=매경DB]

지난해 TSMC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당시 총매출의 15%를 차지하던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대중 수출 물량은 72%나 급감했지만, 대신 미국 기업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물량을 수주받은 덕에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TSMC는 애플과 밀월관계를 통해 제조 기술을 닦아왔다. 애플에서 위탁생산한 아이폰 반도체의 미세화를 상세히 분석한 덕분에 생산 기술에 있어 선두를 달려온 것이다. 현재 5㎚ 제품도 아이폰 12 양산을 통해 수율(결함 없는 제품 비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차세대 3㎚ 제품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2년에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제품 역시 내년 출시될 신형 아이폰에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제품 제조에는 최첨단 EUV(극자외선)라는 기술이 필요한데, EUV 노광 장치의 대당 가격은 현재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정도다. EUV 광을 사용하지 않는 구형 노광 장치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이에 대해 옴디아의 미나미 아키라 수석 컨설팅 이사는 "공정이 첨단화될수록 장비가는 치솟고 투자액은 늘어난다. 이것이 최근 설비 투자 규모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EUV 노광 장치를 제조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를 통틀어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유일하다. 지난해 ASML이 내놓은 EUV 노광 장치 출하 대수는 겨우 31대뿐이었다. 이들 장비 대부분은 TSMC가 선점했던 것으로 보인다. 5㎚ 제품 양산 기술에 자신감을 붙인 TSMC는 올해 EUV 노광 장치 도입 대수를 한층 더 늘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에 나서는 삼성전자, 초조한 인텔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TSMC의 거액 투자에 대응해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증액하는 수순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설비 투자액을 훌쩍 넘어선 36조~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메모리 사업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탁 생산(파운드리)에서는 TSMC에 줄곧 뒤처져 왔다. 이에 대응해 지난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선언하면서 대대적 파운드리 부문 강화에도 나섰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TSMC와의 세계 시장 점유율 격차는 2019년 1분기 29.0%포인트에서 지난해 4분기 39.2%포인트로 더 벌어진 상태다.

이미 지난해 5㎚ 제품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EUV 노광 장치 도입을 확대해 TSMC에 대응한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추려 해왔다. 때문에 조만간 EUV 노광 장치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TSMC와의 쟁탈전은 더 격화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편, 대대적 투자가 기대되는 TSMC, 삼성과 달리 인텔의 투자 방침은 아직 불분명하다. 지난해 143억달러(약 16조원) 설비 투자를 단행했지만, 올해 설비 투자 계획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TSMC의 5㎚ 제품에 상당하는 7㎚ 중앙연산처리장치(CPU) 개발이 늦어 양산까지 걸리는 시점은 2023년이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7㎚ 제품 생산에 도달했을 무렵이면 TSMC와 삼성자는 이미 더 앞서 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볼 때 인텔은 `빅3`의 미세화 경쟁에서는 점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CPU 등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유지를 위해 TSMC에 생산 위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취임한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의 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한국 SK하이닉스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매각 완료 때까지 중국 다롄 공장에서 생산은 계속하지만 이미 메모리 사업 투자는 축소돼 올해 설비 투자의 증가 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올해 인텔의 반도체 설비 투자는 예년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ASML 독주 속 日니콘·캐논 `사면초가`


1980~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위상저하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편 ASML의 그늘에서 일본의 니콘과 캐논은 고전 중이다. 과거 반도체 노광 장치 시장은 ASML, 니콘, 캐논 등 3개사가 점유율을 다퉈왔지만, ASML이 독주하는 `1강 2약` 구도로 굳어진지 오래다. 현재 ASML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니콘과 캐논의 점유율은 각각 10%가 채 되지 않는다.

1990년대 노광 장치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니콘은 2000년대 이후 ASML에 밀려났다. EUV 이전 세대인 ArF 액침 노광 장치 시장에서도 ASML은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니콘 등 일본 기업이 시장에서 다시 ASML을 밀어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TSMC와 삼성전자가 EUV 장비 도입을 위해 니콘에서 ASML로 갈아탄 지 오래고, 니콘으로부터 장치를 공급받는 인텔도 향후 EUV 노광 장치 조달을 늘리면 니콘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생산 위탁을 단행하고 자체 생산을 축소한다면 니콘으로부터 더 이상 노광 장치를 공급받을 필요도 없어진다.

니콘과 달리 캐논은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첨단 미세화 기술이 요구되는 노광 장치 개발은 포기하고 구세대 노광 장치 개발·판매를 노리는 것이다. 노광 장치는 극한의 미세화가 요구되는 스마트폰이나 PC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산업용 구식 장비 등에도 필요하다. EUV가 아닌 기존 생산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간 다이아몬드`는 ASML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캐논의 생존전략은 다른 일본 기업들에도 참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는 TSMC, 삼성, 애플 등 시장 선도자들에 의해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또한 반도체 제조 장치 트렌드는 ASML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결국 기옥시아, 도쿄 일렉트론을 필두로 한 일본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 파급 효과 때문에 이익은 보겠지만, 시장 주역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달 TSMC가 쓰쿠바시에 100%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진출한다는 소식과 함께, 일본 경제산업성은 보조금 등을 통해 TSMC와 일본 회사들 간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현재 TSMC가 자랑하는 첨단 공정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본 회사가 전무한 현실에 비춰 `빛 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면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상징한다고 언급돼온 반도체 산업의 위상 저하는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출처: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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