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창 친구랑 둘이서 강화도 나들이를 했다. 아침 날씨가 꾸물꾸물 빗방울이 오락가락해서 우산도 챙기고 아침 9시에 출발했다. 10시에 강화도 대명항 입구에서 만나 차 한 대로 이동할 예정이다. 초지대교를 건너기전 약암 온천이 주차장도 넓고 한적해서 합류하기 좋다. 다행히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산에 오르기는 참 좋은 날씨이다.강화도는 혼잡한 마음을 잠시 접고 가볍게 나들이 하기에 좋은 곳이다. 오늘 행선지는 고려산 자락에 있는 청련사 절에서 출발하여 백련사로 넘어갔다 돌아오는 왕복 코스이다.. 전에도 한두 번 갔던 곳이라 익숙하다. 가는 길에 가을 내음이 흠뻑 배어있다. 나는 인천 제2경인 고속도로로 대곶 인터체인지로 나왔다. 친구는 독산동에서 전자쪽 사업하는 친구이다. 청련사를 가는 길가 논들에선 벼들이 익어 노란색으로 갈아입었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가 한산하다. 드디어 청련사에 들어섰다. 얼마 전에 스쳐간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여기저기 나무들이 꺽이고 가지들이 잘려 바닥에 흩어져 있다.
청련사는 고려산 중턱에 자리 잡은 고즈넉하고 작은 절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가끔 여길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오늘도 친구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졸졸졸 흘러나오는 약수터에서 약수물도 마시고...
청련사 경내에 자라는 100년 수령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태풍의 영향으로 가지가 잘려 나간 모습이 보기 안 좋다
고려산에는 청련사와 백련사가 있는데 고구려 장수왕 때 고려산을 답사하던 천축조사가 이산 상봉 오련지(다섯개의 연못)에 오색 연꽃이 찬란히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오색 연꽃을 채취하여 공중에 날려 그 연꽃들이 떨어진 곳마다 가람을 세웠는데 바로 이곳이 그중 청색 연꽃이 낙하한 곳이라 한다. 이곳에 지은 절이 청련사이다. 백련사는 하얀 연꽃이 떨어진 곳에 지은 것이다. 오래전에 홍련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건물은 없고 절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청련사에서 백련사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등산길이 나 있다. 그런데 태풍의 흔적이 아직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청련사에서 마을 쪽을 내려다보니 푸른색과 넉넉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오는 강화도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안정감과 여유로움이다. 멀리 청련사 올라오는 길이 보인다.
산을 오르는 곳에는 졸졸졸 작은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샘물도 보인다.
우리는 약 40분 걸려 고개 너머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는 고목 느티나무가 10여 그루가 산재해 있다. 수령이 450년 된 느티나무가 아직도 파란 잎을 가득 머금고 있다. 아직도 살날이 창창해 보인다.
백련사는 청련사에 비해 경내가 훨씬 넓다. 우리는 절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구경을 했다. 여기까지 걷기로 했기에 좀 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극락전 오른쪽 벽에 그림이 4점이나 그려져 있다. 전에도 있었겠지만 무심히 지나쳤는데 친구가 사진이 멋있다며 와보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왕자가 백마를 타고 성을 넘어가고 백마의 꼬리를 잡고 성을 넘는 하인 같은 모습이 있다. 어쩜 상상력이 이리도 멋있을까. 한참을 감상하며 언제, 누가 그렸을까 생각해봤다. 왼쪽아래 '성출가상' 이라고 씌여있다.
사실 여기 백련사에 오면 '염불보다는 젯밥'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극락전앞에 있는 찻집인데 찻집 이름이 '차향따라' 이다.
지난겨울에 왔을 때는 페치카에 참나무 장작들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밖은 추웠지만 우리 친구들 얼굴이 벌겆게 달아올랐던 기억이 난다.
찻집 내부는 나무 색깔의 좌식 탁자가 예술적이다.
찻집에서는 대추차가 압권인데 이틀 동안 대추를 끓인다고 한다. 말 그대로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양도 많아 우리가 먹는 대추차의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가격도 차분하다. 6천 원.
실내 인테리어로 비치된 도자기들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의 도자기를 만들었는지.
찻집에서 정말 여유있는 시간을 함께 했다.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찻집을 나오며 가을국화를 눈에 담는 여유도…
청련사로 다시 넘어와 내려가는 길에 차 앞 유리에 사마귀가 우리를 못가게 막아섰다. 어른 사마귀이다. 근데 이놈 무서운 건 다들 아실까. 숫사마귀와 암사마귀가 교미를 마치면 숫사마귀는 즉시 도망가야 살수 있다고 한다. 잠시 지체 했다가는 암사마귀에게 잡혀먹어 그 날이 바로 제삿날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서운 이 녀석이 다칠까 봐 살살 내려왔다.
점심은 전어무침으로 먹었다. 후포항에 위치한 융진호라는 식당으로 친구가 늘 찾는 단골 식당이다. 요즘이 전어 철이라고 하니 전어회에 무침까지 둘이서 5만 원이니 적당한 가격이다. 쓰기다시도 푸짐하게 나온다. 사진속 진열대에 빨간 뚜껑이 그 유명한 강화도 새우 젖이다. 친구랑 둘이 4Kg 짜리를 각각 한 개씩 사서 차에 실었다. 아마 아내들이 좋아할 것 같다. 금년 김장 준비 1단계 완료이다.
친구랑 나는 정말 만족하는 점심 식사를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오기도 괜찮다. 서해바다도 볼 수 있고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좋았다. 피로가 바다로 쏵 쓸려나가는 것 같다.
우리가 간 시간이 썰물이라서 물이 빠져 있지만 몇시간만 지나면 바닷물이 가득 들어올 것이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나들이를 두서없이 나열했지만 세월이 좀 지나서 이 글을 보게 되면 오늘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날 것 같다. 말린 꽃 차를 찻잔에 넣으면 원형 그대로 되살아 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