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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8 여보 말해, 내가 듣고 있어

여보 말해, 내가 듣고 있어

일상동정 2019. 9. 28. 12:30 Posted by 꿀사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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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경제신문, 19/9/28(토). 세상사는이야기, 신순규.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정신 건강 애드버킷 자리드 윌슨 목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은 약 2주 전 퇴근길에서였다.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왔던 아내가 사망 전 윌슨 목사가 올린 트위터 메시지에 대해 말해주면서 그의 자살 소식을 전해줬다. 만 30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그는 한 캘리포니아 대규모 교회의 부목사이면서 '소망의 성가'라는 정신 건강 비영리단체의 공동 창립자였다고 전해졌다. 그는 그의 우울증에 대해 자주 SNS에 글을 올렸는데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이 자살 충동을, 우울증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불안함을 항상 치료해주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존경했던 21세기 한국 정치인, 정두언 전 의원이 이같은 여행을 떠났다는 뉴스를 듣게 된 것은 7월 17일 출근길에서였다. 나의 아이폰에 자동으로 다운로드된 뉴스쇼에서 접하게 된 그 소식은 통근기차에 앉아 있던 나로 하여금 소리 내어 신음을 몇 번이나 하게 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한국정치에 대해 속 시원하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줬던 그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가끔 입을 열었다고 한다.

우울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점점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대 질환이 된 것 같다. 왜일까. 나는 근래 듣게 된 한 테드 토크에서 마음에 와 닿는 답을 얻게 됐다. '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라는 책을 쓴 요한 하리 기자는 아주 많은 이들이 자신처럼 우울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에는 아홉 가지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200명 이상의 의사, 심리학자, 사회학자, 우울증 회복자를 인터뷰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원인 한가지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하리 기자가 말해준 우울증의 원인 중 첫째는 외로움이다. 그는 우리가 역사상 가장 외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9%가 누구와도 더 이상 가깝지 않다고 자신을 설명한단다. 통계적으로 영국과 유럽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동감할 수 있는 주장일 것이다. 가족의 크기가 작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오늘, 그래서 '혼밥' 파는 식당까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로움이란 말을 들었을 때 문득 아내가 생각났다. 요즘 아내는 자주 매우 슬퍼한다. 항상 발랄하고 씩씩했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무드 변화를 보면서 이것이 우울증으로 악화될까 염려하고 있다. 뇌출혈 후 거의 2년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절친을 생각하며 울고, 보육원에서 만났던 아기들에 대해 말하면서 운다. 3년째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시는 시아버지를 기억하며 속상해하고 ,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불안해한다. 그런데 이 테드 토크를 듣고 혹시 아내가 외로워서 이런 삶의 스트레스를 더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나에게 실컷 말하면서 아내는 속상한 것들을 풀곤 했다. 그런데 절친을 보러 병원에 갔을 때도, 보육원 아기들과 같이 지냈을 때도, 그리고 요양병원에 계신 시아버지를 찾아뵀을 때도 나는 아내 곁에 있지 않았다. 이것들은 다 한국에서 이번 여름에 일어난 일들이고 나는 그때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외로웠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경험을 반복하는 동안.

열린 마음으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외로움은 심각한 우울증이 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신혼 때 했던 약속, 항상 그녀의 편이 돼주겠다는 약속이 떠올랐다.

그래서 어제 아침 나는 출근 후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 여보 말해, 내가 듣고 있어"

"Talk to me, Sweetheart. I'm listening."


 


 

칼럼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겨본다. 우리 사회가 소득이 늘면서 계층 간 갈등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외로움과 고독은 우리 마음 깊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하던 의사를 조울증 환자가 살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시대의 잘못된 시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혼밥, 혼술족이 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미래의 우리는 더욱 고독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 최고의 나라이다. 통계에 보면 하루에 36명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잘 살게 되었는데도 정신은 점점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에 친구가 없고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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