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서커스 공연 도중 두 마리 코끼리가 난투극을 벌여
관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렌테베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수도인 카잔 서커스에서 ‘코끼리 쇼와 서커스의 마술’이라는 공연을 하던 도중 일어났다.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둥근 서커스 무대 안에 있던 두 코끼리 중 한 마리가 갑자기 다른 코끼리를 들이받았다. 무대 바닥에 쓰러진 코끼리가 중심을 잡고 일어나려 했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서커스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
공격한 코끼리는 멈추지 않고 넘어진 동료를 사정없이 코와 발로 받았다. 조련사 등 서커스 직원 세 명이 달라붙어 안쿠스(ankus·코끼리를 부릴 때 사용하는 갈고리가 붙은 막대기)로 여러 차례 찌르면서 말린 뒤에야 싸움이 멎었다.
무대 가장자리에는 울타리나 가림막 없이 낮은 턱만 있었고,
바로 관중석과 이어지는 구조였다.
암컷 코끼리의 체중은 평균 4t에 달한다.
관중석을 가득 메우고 있던 관객들은 코끼리 싸움이 시작되자 놀라 황급히 대피했다.
이날 공연은 중단됐고 다음날 저녁 공연까지 취소됐다.
서커스단 측에 따르면 다툼을 벌인 두 코끼리는 모두 암컷으로,
‘제니’와 ‘마그다’라는 이름을 가진 인도코끼리다.
두 코끼리는 5년 전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며
“아마 조련사의 관심을 차지하려는 질투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련사는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아주 평화로운 동물이고,
특히 서커스를 공연하는 암컷은 더 차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니쿨린 서커스단의 코끼리 조련사 안드레이 디멘티예프-코르닐로프는
“코끼리는 철저한 모계 중심 사회”라며
“서커스단에 암컷 코끼리만 있는 상황 때문에 서열 다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조련사들이 적시에 개입한 덕분에 관객들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모든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공연 당시 서커스 단원들이
코끼리가 공격성을 띨 수 있도록 유발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서커스단 측은 “제니와 마그다는 이제 진정됐다”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린 딸과 공연을 보러갔던 한 관객은
“우리와 너무 가까워서 정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황급히 도망쳐나왔고,
맨 앞줄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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